과연 이 검찰개혁이 대통령의 뜻대로, 많은 국민들의 염원대로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은 검찰의 태도다. 문총장은 어제 임명식 후 대통령과의 대화 중 한시를 읊었다고 한다. 대통령 앞에서 공직자로서의 확실한 다짐을 말하지 않고 알쏭달쏭한 시를 읊는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선 상상하기 힘든 행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은 시대의 대세다. 지금과 같은 검찰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국가공동체는 거대한 항공모함과 비슷하다. 권력을 차지한다고 해서 혁명적으로 노선을 바꾸기 어렵다.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주변의 불만을 다독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파이'를 나눠야 한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들이 쟁취한 한국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일단 경제적파이가 너무 적었고 작은 것에서 일정 부분을 강제로 취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따랐다. 주변 강대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장도 고려하지 못했다. 주요 정책을 수정하는데 필요한 '교통정리'도 제대로 못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부당한 방법으로 자동차를 탈취한 뒤에, 지난 10년 동안 도로가 바뀌었다는 것도 모른 채, 과거에 해 왔던 방식으로 무모하게 돌진한 것과 흡사했다.
수십년 간 '퍼스트 레이디'의 삶이 몸에 베어 있을 박근혜를 '포로'라고 부르며 '구출'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적절한 것인가? 이는 "국민들만큼이나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과 유사한 주장이다. 혹여나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탄핵되거나 하야했을 때, 이런 주장이 '박근혜 동정론'에 이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